
"보이지 않는 꽃에 대하여" 봄은 늘 화려한 꽃들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벚꽃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개나리는 길가에 노란 물결을 일으킨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다른 봄을 발견했다.은행나무였다.사람들은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은행나무를 기억한다. 노란 단풍이 바닥을 덮을 때면 모두가 카메라를 꺼내든다. 그러나 봄의 은행나무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그저 푸른 잎이 무성해지길 기다릴 뿐.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나무에도 꽃이 피어난다. 아주 조용하게, 아주 은밀하게. 은행나무 꽃은 찾아야 보인다. 4월 중순, 잎이 돋아나기 전 가지 끝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앙증맞은 황록색 송이들이 달려 있다. 수꽃은 고사리처럼 살짝 늘어지고, 암꽃은 더욱 작아서 마치 나무가 내민 비밀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