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꽃에 대하여"
봄은 늘 화려한 꽃들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벚꽃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개나리는 길가에 노란 물결을 일으킨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다른 봄을 발견했다.
은행나무였다.
사람들은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은행나무를 기억한다. 노란 단풍이 바닥을 덮을 때면 모두가 카메라를 꺼내든다. 그러나 봄의 은행나무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그저 푸른 잎이 무성해지길 기다릴 뿐.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나무에도 꽃이 피어난다. 아주 조용하게, 아주 은밀하게.
은행나무 꽃은 찾아야 보인다. 4월 중순, 잎이 돋아나기 전 가지 끝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앙증맞은 황록색 송이들이 달려 있다. 수꽃은 고사리처럼 살짝 늘어지고, 암꽃은 더욱 작아서 마치 나무가 내민 비밀의 신호 같다.
이 꽃들은 꽃다운 모습이 아니다. 꽃잎도, 향기도 없다. 그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 그래서인지 더욱 신비롭다. 2억 년을 살아온 나무가 화려함 없이도 여전히 이 땅에 서 있는 비결을 보는 듯하다.
봄날, 나는 우연히 은행나무 꽃을 보았다. 처음엔 새싹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꽃이었다. 그 순간 마음이 찌릿했다. 마
치 오랜 비밀을 누군가와 공유한 기분이었다.
"아, 너도 여기 있었구나."
세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은행나무 꽃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아무도 몰라도 피어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은행나무 꽃은 나에게 묵직한 깨달음을 주었다. 화려함이 아닌 겸손함으로, 소리 없이 오래가는 삶의 지혜를 말이다.
사람들도 때론 은행나무 꽃과 같다. 눈에 띄지 않아도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들이 있다.
다음 봄이 오면, 나는 다시 은행나무 아래에 설 것이다. 가지 끝에 맺힌 작은 꽃을 찾으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에 마음을 기울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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