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감정수업
CHAPTER6 분노,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시한폭탄
6-7. 시간이 충동을 누그러뜨린다 (P 239)
하버드 출신의 심리학자 줄리안 태플린은 “분노는 인성의 최대 약점이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용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용감하다는 것은 버럭 화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하면서도 이성적으로 침묵하는 쪽에 더 가깝다.
사람의 본성은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에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은 강에서 약으로, 이성은 약에서 강으로 변화한다. 인류가 저지른 잘못 중 대부분은 일시적인 충동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늘 충동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고 후회하곤 한다. 왜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그 ‘발생의 원인’ 에만 집중하고 다른 요소의 중요성은 무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 때문에 사고의 편견이 생겨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만이 짧은 시간 안에 사고의 편견을 바로잡고 잘못된 결정을 하는 실수를 줄인다.
애드워드 베드포드는 록펠러의 사업 파트너였다. 어느 날 베드포드가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석유왕’이라 칭송받는 록펠러는 책상 위에 엎드려서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록펠러는 베드포드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했다.
“오, 자네 왔군! 이번 손해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겠지. 나도 이 일을 많이 생각해 봤어. 좀 있으면 책임자가 올 건데 그 전에 미리 몇 가지 사항을 좀 써보고 있는 중이라네”.
물론 베드포드도 그 손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사고로 록펠러와 베드포드는 수천만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잃었다. 이 사고의 여파가 얼마나 계속될지 지금은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베드포드는 록펠러의 책상 가까이에 가서 그가 쓴 내용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깜짝 놀랐다. 예상과 달리 종이 위에는 그 책임자를 질책하는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장점들이 쭉 쓰여 있었다. 그 중에는 책임자가 이전에 세 번이나 회사를 위해 정확한 결정을 내렸던 일과 덕분에 회사가 얻은 이익이 이번 손해보다 휠씬 많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후 베드포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 일을 언급했다.
“나는 그때 록펠러가 일을 처리한 방식을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나는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날 때마다 책상 앞에 앉아 종이와 펜을 꺼내 그 사람의 장점을 하나씩 씁니다. 목록을 완성하고 나면 어느새 화가 많이 누그러지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죠. 몇 년 하다보니 습관이 되었어요. 즉각 화를 가라앉히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죠. 뒷일 생각하지 않고 화를 냈다면 해결해야 할 갈등과 충돌이 지금의 두 배는 족히 되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처참한 고통의 대가를 치렀을 테고요.”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성적인 사고를 거치지 않은, 혹은 했더라도 제대로 사고하지 않은 일종의 ‘충동’에 가깝다. 그러므로 순간의 감정에 반응해 이를 따른다면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사고력을 꾸준히 연마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깊은 사고를 통해 얻은 결론대로 행동한다면 본능적인 충동을 넘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다행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음의 몇 가지 방법만 수행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직접 적어보기
화가 나거나 타인과 싸우고 싶은 충동이 들 때는 종이와 펜을 꺼내 종이의 왼쪽에 머릿속을 채운 생각들을 쭉 써보자. 이때 규칙이 있다. 생각의 앞에는 ‘깊은 사고 끝에 나는 ….’을, 뒤에는 ‘……할 것이다’를 붙여야 한다. 예를 들어 ‘동료에게 그 일을 따지고 싶다.’가 생각이라면 ‘깊은 사고 끝에 나는 동료에게 그 일에 대해 따질 것이다.’라고 쓰면 된다. 그런 후에 종이의 오른쪽 상단에 ‘나의 이성은 뭐라고 말할까?’라고 쓴 후, 왼쪽 내용에 대한 답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 왼 쪽에 쓴 ‘깊은 사고 끝에 나는 동료에게 그 일에 대해 따질 것이다.’ 의 오른쪽에 ‘그렇게 하면 서먹해져서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라고 쓰는 식이다. 여기에는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많이 쓸수록 좋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이를 통해 ‘상위인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인류는 인지능력이 있어서 사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자신의 사고 상태와 내용, 능력을 알고 그것을 규제하는 능력이 상위인지다. 인류만의 특성인지는 아직 증명된 바 없으나, 모든 사람이 지닌 건 아니며, 있더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사실 오른쪽 내용을 쓰기도 전에 왼쪽에 ‘깊은 사고 끝에 나는 …. 할 것이다.’라고 쓰는 순간, 이미 충동과 이성을 구분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순간에 충동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즉각 이성적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각이 사고를 거치지 않은 충동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모든 인지적 행동을 의직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
생각보다 휠씬 많은 사람이 감각이나 감정을 따라서 산다. 그 바람에 큰 손해나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이를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종이에 쓰기’는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는 방법이다. 몇 번 해서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종이에 일일이 쓸 필요도 없다. 그저 충동이 들 때 다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물리치고 이성이 주도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충동 억제하기
인간관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서 충동적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경솔한 행동을 제어해야 한다. 특히 다음의 몇 가지를 기억하자.
. 화내기 전에 우선 감정의 온도를 낮춰 분노와 충동적 행위를 미뤄야 한다.
. 환경을 바꿔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자. 빨라진 심장박동을 느끼며 최대한 자신에게 집중해 안정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크게 부풀어진 부정적 감정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화가 나는 상황에도 입장 바꿔 생각하기를 잘 하기 때문에 분노를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다.
. 체력 소모를 많이 하자. 특히 화가 났을 때 권투, 수영, 달리기, 농구 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부정적 감정을 잊기 쉽다.
인격 완성하기
불필요한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면 감정을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쉽게 해내려면 반드시 ‘훌륭한 인격’이 필요하다. 인격이 뛰어난 사람은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에 휩쓸려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인격을 끊임없이 가다금고 완성하는 일은 일종의 도전이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격도 행위와 마찬가지로 굳은 결심과 멈추지 않는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사회인으로서 우리는 반드시 인격을 더 완성하기 위해 자각과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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