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감정수업
CHAPTER 1 하버드가 제시하는 감정의 8가지 원칙
1-7. 감정과 자존감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P 44)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솔직하지 못하다. 그에게 가면을 건네면 진실을 말할 것이다."라고 했다.
여성 최초로 하버드 대학 총장이 된 드루 길핀 파우스트 역시 인간의 본성을 깊이 연구한 사람이다. 그녀는 하버드 졸업식장에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가장 진실한 자아 이외에 여러분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삶의 의미는 스스로 창조해야 합니다. 잡념을 버리고 가장 의미가 큰 이상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하버드 출신의 성격 분석 전문가 해럴드의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한때 사업가였으나 현재는 파산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결국 가족과 헤어져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고 했다.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그는 큰 절망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해럴드가 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해럴드를 직접 만나 다시 일어설 방법을 듣고자 했던 것이다.
이 남자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온갖 불행을 하나씩 나열하는 동안, 마주앉은 해럴드는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았다. 멍한 눈빛, 시름과 걱정이 배어 있는 깊은 주름, 중구난방으로 얼굴을 덮은 수염, 어색하고 긴장된 표정과 몸짓 ----, 이 모는 것이 '무슨 수를 써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림에도 해럴드는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의 이야기가 끝난 후, 해럴드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우선 저는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대신 원하신다면 다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재기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드리죠"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벌떡 일어서더니 다급하게 어서 그분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해럴드는 남자를 데리고 사무실 옆 상담실로 갔다. 그리고 벽에 걸린 커튼을 마주 보고 서게 한 후, 커튼을 활짝 열어 젖혔다. 커튼 뒤에는 전신을 다 볼 수 있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해럴드는 거울에 비친 그를 가리키며 "바로 저 사람입니다. 저 사람 말고 당신을 다시 일어서게 할 사람은 없어요. 자, 이제 여기 앉아서 저 사람을 살펴보세요. 어떤 사람인지, 장점은 무엇인지 또 단점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지 않으면 애초에 시작도 할 수 없습니다. 그를 제대로 알지 않고는 세상에서 당신은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남자는 숨죽인 채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온통 수염으로 덮여있는 얼굴을 만졌다.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다가 몇 발 뒤로 물러서더니 머리를 떨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해럴드의 사무실을 떠나는 남자의 발걸음은 더 이상 무기력하고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벼우면서도 힘이 느껴졌다
며칠 후, 해럴드는 우연히 길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그는 이미 자리를 구했으며 새로 시작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인간의 본성은 오랫동안 수많은 철학자와 윤리학자의 화두였다. 어린아이일 때 우리는 가장 단순하고 순결한 본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점차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격이 형성된다.
몸이 자라는 것처럼 뇌도 끊임없이 성장한다. 예전에는 과격하고 극단적이던 생각들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기도 하고, 시각적 사고가 추상적 사고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러한 번화는 끊임없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살면서 시시때때로 타인을 평가하고 분석하지만 막상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당신은 대체로 근면성실한 사람이지만 살면서 정말 단 한순간도 게으름을 피워 본 적 없는가? 또 당신은 대부분의 경우, 결단력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까지 단 번도 결정을 미루거나 주저한 작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사실 사람의 성격을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점을 무시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흑백논리의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또 스스로 여러 성격 중 마음에 들지 않는 한두 면을 무조건 억누르면서 살면 삶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기 인식'이란 단순히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쭉 나열해보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성격 중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면을 어떻게 잘 처리할지 깊이 사고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다음은 자기 인식의 구체적인 방안이다.
혐오하는 성격의 특징을 분석하라
가장 진실한 자아를 알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어떤 특질(* 각 개인에게서 일관적이고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경향, 개인 간 성격 차이를 유발한다.)을 가장 혐오하는지 확정하고, 이를 깊이 사고해야 한다. 혹시 이 특질이 자신에게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싫어진 건 아닐까? 이는 매우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상 하려면 낯설고 어려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을 정확히 '심사'하는 데 중종 걸림돌이 되곤 한다.
그 동안 무시된 자신의 특질을 인정하고 심사의 범주에 넣으면 이것이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되는 기회가 생겨난다. 물론 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것, 탐욕이나 질투 같은 인성의 추한 면은 예외다. 너무 예민해서 혹은 너무 순해서 억누르고 살았던 성격이라면 조금 더 자유롭게 드러내도 좋다. 그러한 특질의 존재가 당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고, 더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 범위를 확대하라
다음은 자기 인식의 세 가지 방면이다.
첫째, 자신의 싫은 면을 관찰하는 동시에 특정 특질을 향한 '반감’에 대해 생각해 보자.대체 무엇이 이러한 반감을 조성했을까? 사회생활 중에 이 특질이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언젠가 겪은 실패와 좌절 탓에 생겨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특별한 원인도 없이 그저 원래 성격이 그런 결까? 이 분석 과정이 자칫 더 큰 반감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반감을 유발한 요소들을 변화시켜 보자. 이는 내면의 갈등을 인식하는 첫걸음이자, 더 나은 자
아로 발전하기 위한 시작이다.
둘째, 타인에게 투사한 감정을 거둬들이자. 이는 잠재의식과 관련된 문제로 사람들은 보통 타인의 단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에 반감을 보이지만 사실 이는 자신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타인의 게으름에 보이는 반감이 어쩌면 자신의 게으름에 질문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자신의 싫은 모습을 닮은 그 타인'이 싫은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해야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멈출 수 있다.
셋째, 모순된 자아를 인정하자. 모순된 자아를 바로잡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자아의 모순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심리적 적응을 시작하라
심리적 적응(*문제를 해결하고 욕구를 만족하기 위한 활동과정 및 변화. 신체적, 사회적 환경과 조화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행위로 학습보다 순응이나 동조의 의미가 더 강하다.)은 외부세계의 강력한 간섭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자기 조절로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모순된 자아를 바로잡을 때는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린다. 모순성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가장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치료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모순된 자아를 바로잡고, 감정의 변화를 꾸준히 관찰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그래야만 자신을 더 완전하고 새롭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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